회색지대 | 휴머니즘의 상실, 그 성찰과 관류 (최병식 / 미술평론가,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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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지대 9922」 

회색지대 9922, 91x72.7cm Mixed Media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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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의 작업은 원천적으로 인간과 사회가 갖는 대립과 갈등의 동반자적인 모순률을 중심으로 진전된다. 

이를 그는 문명으로 표기하기도하지만 98년 도올에서 보여준 녹슬은 (Smoke-Stained)모습의 날개나 인체의 형상 들과 방독면과 같은 오브제들의 상징체를 통해 그의 시각을 일차적으로 선보였다. 

  

 "기억의 편린들이 반짝인다. 현실, 은밀한 욕망과 고통, 갈망과 조바심, 거칠고 음울한 풍경과 경쾌한 삶의 파편들이, 우리의 삶 속에 보편적 진리로..." 라는 그의 작업노트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최근 그의 관심은 공허와 소외,불안감에 기조한 인간의 피페화되어가는 존재의 상실에 대한 논의로 집중되어진다. 


그의 화면은 녹슬은 후기산업사회의 회색지대에 생존해가고 있는 인간들이 느끼는 딜레마를 은유하는 일차적인 과정으로부터 비롯되어지며, 흑연과 철분을 주로 구사하면서 채색안료로 이어지는 독특한 재료적인 개념을 동반한다. 전반적으로 98년에 보여준 개념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으로 이해되며,<회색지대1>에서 나타난 작은 공의 의미를 향해 무의미할듯한 삶의 고통을 영위해가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치열한 삶의 현장을 그리고 있다. 


이상과 희열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 공에서 뿐만이 아니라 장미씨리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은 거울을 통해 나타난 회색장미의 모습은 화려한 형상의 이중구조로 야누스적인 모습에 배어진 우리들의 음영을 말하고 있는듯하다. 

전반적인 작업에서 작은공의 존재가 여러 형태로 등장되는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정창균이 의도한 화면의 긴장과 대립적인 터널을 구축한 진전으로 해석된다. 


이번 작업들은 비교적 다양한 부류로 나뉘어지는데 

첫번째는 9901. 9905 등에서 볼 수 있는 군상위주의 인체작업으로서 비교적 이번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업들이다.두번째는 회색지대 9903~4.6.7.8.11 등으로서 장미가 등장하거나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누드를 그려냄으로서 앞서말한 자아를 일차원적인 매개로하는 존재의 투영을 시도하고 있다.


연이어서 회색지대 9915.9917 은 완전히 회색 장미만을 보여준 예로서 야누스적인 이중구조의 인간상을 말하고 있으며 , 회색지대 9919~9922 에서는 천으로 둘러 쌓여진 인간의 실체를 표상적으로 보여주면서 물질문명의 포로가 된 숨막히는 질식과 그 회색인간들의 꿈을 상대적으로 한 화면에서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회색지대9924 는 마치 신음하는 동물의 모습을 보는듯한 주검의 상징체를 복합적으로 드러내어 그 배반적상황을 간결하게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드로잉으로 보여준 회색빛천으로 드리워진 의자와 허상의 실체들은감금되어진 현대인들의 존재들과 한순간에 허물어져 버릴수 있는 무상한 존재들의 간결성을 엿보게 한다. 위와같은 부류로 비교적 다양한 언어체계를 보여 주고 있는 정창균의 작업은 물론보다 밀도있는 통합언어의 구축을 이루지 못했다는 문제를 노정시키고 있다. 


특히 회색지대 9901과 9905에서 보여준 군상시리즈에서 보여 준 스케일과 흑연에서 구사되는 텍스츄어의 밀도나 주제와 부합하는 심도있는 접근이보다 적극적으로 진전되지 못한것은 과제로 남게되며 장미시리즈에서 보여준 단편적인 문제제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편,의자와 천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국면의 전환을 시사하는 단순성은 드로잉적인 의미를 동반하고는 있지만 보다 응축된 관류를 시도해 가는 작가의 진지함이 엿보이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어쩌면 집단적인 자기도취와 휴머니즘의 파괴를 거듭해온 20세기를 지나온지도 모른다.그것이 지향하는 목표가 아무리 이상향적인 사회를 전제하고 있더라도,결과적으로 20세기는 가장 소중한 인간의 가치와 자앙를 상실해가는 아픔을 동반하였다. 


정창균의 이번 작업들은 바로 이와같은 휴머니즘의 상실에 대한 반성과 의문을 제기하는 작은성찰과 관류의 조형언어로서 이해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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